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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계 법 질서가 엉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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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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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9.17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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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나 건축계가 과연 전문적 일을 다루는 집단인지 의심이 든다. 우선 건축사법 관련 위반이 우리 사회에서 일상이 되었다. 건축사 아닌 자가 ‘착한 건축가’ 운운하면서 설계 영업을 하고 언론매체에 당당하게 홍보를 한다. 건축사법 위반이다. 그런가하면 얼마 전 한남동 고급 주택을 설계 시공했다는 건축가가 하자 문제로 뉴스에 등장했다. 그는 ‘건축가’로 행세하던 건설사업자다.
‘건축가’는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소위 건축사의 유사 명칭이다. 전 세계에서 일본과 한국만 사용한다. 일본건축가협회 정관을 보면 정회원 자격으로 건축사 자격 취득 후 일정 기간 실적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일본과 실행이 완전히 다르다. 영국이나 미국 이야기를 많이들 하는데, 이들 나라는 우리보다 훨씬 더 직업 명칭 사용에 엄격해서 Architect를 아무나 사용할 수 없다. 국가로부터 자격증을 받지 않고 직업 명칭을 사용할 경우 고발당하거나 또는 법정에 서야 한다. 영국에서는 렌조피아노 인터뷰에서 ‘Italian Architect’가 아니라 ‘Architect’라고 보도했다가 정정보도를 한 적도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사회적으로 건축가란 명칭 사용을 용인하더니, 국회 발의 신설 법에 ‘건축가’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법에 사용하는 모든 용어에는 그에 대한 정의가 있어야 한다. ‘건축가’는 건축사의 유사 명칭이다. 정말 사용하고 싶다면 법적 정의를 만들어야 한다. 일본처럼 ‘건축사 자격을 취득한 후 일정 실적이 있는 자’처럼 말이다. 분명한 점은 건축가라는 용어가 법에 정의돼 있지 않은 채 건축사법을 위반할 때 악용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토부도 이를 방관하고 있다. 그런 정부조직이 어떻게 불법을 판단하고 단속할 수 있겠는가? 말이 안 된다.
그뿐일까? 건축사 예비시험을 없애면서 건축대학을 5년제로 만들었다. 처음 2002년에는 건축대학 학생들이 약 10,556명이었다. 그러던 것이 갑자기 2003년 9,000여명이 늘더니 지속적으로 늘어서 2016년에는 26,911명이 됐다. 그렇다면 건축설계 시장은 과연 그렇게 성장했는가? 오히려 시대가 첨단화되면서 이 많은 학생들이 취업할 건축사사무소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 실정이다. 건축대학 취지가 무색할 만큼 건축사사무소 취업률은 최대 45% 수준이다. 학기를 일 년 더 연장한 만큼 정부는 건축대학 졸업 후 경제적으로 기본 수준을 보장해 주는 방안도 함께 고려했어야 했다. 하지만 5년제를 졸업한 학생들의 미래는 정책에 고려되지 않았다. 건축사 시험 횟수도 늘어났지만 시험의 내용이나 질은 달라진 것이 없다.
건축대학 학기를 연장하고 시험 횟수를 늘린 결과가 무엇인가. 경쟁이라는 미명 아래 수많은 건축사들을 과당 경쟁하도록 만들었을 뿐이다. 이러니 건축사사무소는 가난해지고, 건축대학 학생들은 건축사 시장에 진입하길 망설이게 되는 것이다. 건축사 직업군의 생존시장을 도대체 누가 이렇게 엉망으로 만들었는가? 늘어난 5년제 건축대학의 최대 수혜자가 등록금을 더 받은 교육 재단들이라는 비난도 틀린 말이 아니다.
현업은 어떤가? 대한건축사협회는 이미 2000년에 의무가입이 해제되면서 여러 개의 조직들로 계속 분화되는 중이다. 그 결과 이해관계 차이로 계속 다른 입장문을 발표하면서 서로를 비난하고 있다. 의사협회의 단결은 다른 집 이야기다. 건축계는 결국 내부 총질로 서로를 죽이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건의된 청와대 청원은 무조건 건축사 합격자를 줄이라는 주장이 아니라 생존의 플랜을 짜달라는 것이었다. 이 청원조차 24,000명의 건축사 중 달랑 5,000명만 참여했다. 대한건축사 협회 회원만 11,000명인데……. 이러면서 무슨 설계비 요구를 할까 싶다. 발주처야 지출을 줄이면 좋은 것 아니겠는가? 제발 건축계는 위기감을 느끼고 내부 비난에 열을 올리지 말았으면 좋겠다. 살아야 할 것 아닌가?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webmaster@anc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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