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는 어떻게 허구를 현실로 만드는가
표정과 몸짓, 감정의 전염만으로도 사람들은 서로의 의도를 짐작하고 행동을 맞출 수 있다. 그러나 그 힘이 미치는 범위는 제한적이다. 얼굴을 알고, 행동을 직접 지켜보며, 관계의 역사를 기억할 수 있는 집단 안에서만 안정적으로 작동한다.
사람이 많아지면 사정이 달라진다. 누가 약속을 지켰는지 일일이 기억하기 어려워지고, 직접 보지 않은 사건을 전해야 하며,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함께 계획해야 한다. 서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까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려면 감정의 공명만으로는 부족하다. 행동을 설명하고, 평판을 공유하고, 규칙을 다음 세대에 넘길 수 있는 다른 장치가 필요했다.
언어는 그 한계를 넘어섰다.
인간은 말로 위험과 먹이의 위치만 알린 것이 아니었다. 지나간 일을 다시 불러오고, 타인의 행동을 평가하며,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약속했다. 순간적으로 일어났다 사라지던 경험은 이름을 얻었고, 이름은 문장이 되었으며, 문장은 이야기가 되었다. 한 사람의 기억은 다른 사람에게 옮겨 갔고, 여러 사람의 기억이 겹치면서 공동체가 무엇을 옳고 그르다고 판단하는지가 형성되었다.
유발 하라리는 호모 사피엔스의 협력 능력을 언어, 가십(gossip), 공동의 허구라는 세 가지 축으로 설명한다. 여기서 가십은 가벼운 뒷이야기만을 뜻하지 않는다. 누가 약속을 지켰는지, 누가 도움을 베풀었는지, 누가 규칙을 어겼는지를 공유하는 평판의 체계에 가깝다. 직접 경험하지 않은 사람의 행동도 말로 전해지면서 집단의 판단 대상이 되었다. 신뢰는 더 이상 개인적 친분에만 의존하지 않았다.
언어는 타인의 행동을 설명하고 평판을 전달하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반복해서 들은 이야기는 누가 믿을 만하고 누가 위험한지에 관한 직관을 형성했다. 한 번도 만나지 않은 사람에게 친밀함이나 경계심을 느끼고, 직접 경험하지 않은 집단을 신뢰하거나 의심하는 판단이 가능해진 것이다. 개인의 직관은 더 이상 자신의 경험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언어는 집단의 기억과 평가를 개인의 빠른 판단 안으로 옮겼다.
언어의 힘은 그보다 더 멀리 나아갔다. 인간은 눈앞에 없는 존재를 말하기 시작했다.
조상과 신, 부족과 왕국, 법과 권리, 화폐와 국가는 손으로 붙잡을 수 있는 사물이 아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그것을 설명하고 기억하며, 다른 사람도 같은 방식으로 받아들이리라 기대한다. 이러한 공동의 상상은 낯선 사람들에게 동일한 규칙과 정체성, 행동의 기준을 부여했다.
상상 자체는 특별하지 않을 수 있다. 결정적인 변화는 그것을 제도와 관습으로 굳혔다는 데 있었다.
화폐는 종이나 금속의 물질적 성질만으로 가치를 갖지 않는다. 사람들이 그것을 교환 수단으로 받아들이고, 다른 사람도 받아들일 것이라 믿을 때 비로소 기능한다. 국가는 산과 강처럼 자연에 놓여 있는 실체가 아니지만, 국경과 법, 행정과 권위를 통해 사람들의 이동과 재산, 의무와 권리를 실제로 조직한다. 법인이나 시민권, 소유권도 마찬가지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계약을 성립시키고, 세금을 부과하며, 사람의 행동을 제한하거나 보호한다.
이러한 질서를 단순한 거짓말이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거짓말은 사실이 아님을 알면서도 상대를 속이는 행위다. 공동의 허구는 여러 사람이 그것을 함께 인정하고, 그 믿음에 따라 반복적으로 행동할 때 성립한다. 물리적 실체는 아니지만 사회적 결과는 분명하다. 사람들은 화폐를 받고 노동하고, 법을 믿고 계약하며, 국가의 이름으로 세금을 내고 전쟁에 나선다.
허구는 현실의 반대편에 있지 않다. 일정한 조건 아래에서는 현실을 조직하는 방식이 된다.
물론 공동의 상상이 언제나 협력만을 낳는 것은 아니다. 신화는 사람들을 결속시키지만 다른 집단을 배제할 수 있고, 국가는 질서를 만들지만 폭력을 정당화할 수 있다. 화폐는 교환의 범위를 넓히지만 인간의 가치까지 가격으로 환산하려 한다. 언어로 세운 질서는 협력의 기반이면서 동시에 지배와 배제의 수단이 될 수 있다.
그 질서가 실제 힘을 얻는 데에는 감정이 필요하다.
사람들이 국가와 종교, 법과 화폐를 따르는 까닭은 그 구조를 논리적으로 이해하기 때문만이 아니다. 국기에 대한 소속감, 신에 대한 경외, 법에 대한 신뢰, 화폐를 잃을지 모른다는 불안이 추상적인 개념을 행동으로 옮긴다. 명예와 수치심은 규칙을 내면화하게 하고, 희망과 두려움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미래를 위해 현재의 행동을 바꾸게 한다.
언어가 보이지 않는 질서의 형태를 만든다면, 감정은 그 질서를 인간의 행동 속에 뿌리내리게 한다. 어느 하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말로 설명되지 않는 감정은 넓은 사회를 조직하기 어렵고, 아무 감정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제도는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따라서 허구적 질서는 언어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언어를 통해 설명되고 제도화되지만, 감정을 통해 신뢰받고 반복되며 현실의 힘을 얻는다. 허구적 질서는 언어로 만들어지고, 감정에 의해 유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