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기획 및 디자인
공간기획

단독주택 집 짓기, 마당은 꼭 있어야 할까?

마당과 적벽돌 마감의 2층 단독주택

— 집에 대한 로망, 환영은 조심해야 한다.
‘단독 주택’ 하면 떠오르는 생각 중 하나가 '마당과 적벽돌 마감의 2층 주택'이란 생각이다.
나쁠 것도 없고 틀린 것도 없지만, 집에 대한 막연한 로망이 아닐지 한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어쩜 집에 대한 전형적이고 단편적인 환영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로망 자체가 나쁠 것은 없겠지만 막연한 로망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자칫 쓸모가 없는 마당이 되거나 불편한 마당이 될 수도 있다.
“마당이 쓸모가 없다고?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가장 큰 이유는 ‘밀도 높은 도심 주거’의 특성 때문이다.
아파트에 비하면 밀도가 높지 않다고 할 수 있으나, 일반적인 도심 택지개발지내 단독필지 역시 도심 주거라는 특성상 밀도가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전원주택 역시 일반적인 토지 면적이 100펴 남짓이고, 건폐율 자체가 높지 않으니, 자연스럽게 2층 주택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결국, 대지 안에 집이 채워진 나머지가 마당이 되는 구조인 것이다.
특히 택지개발지주 내 단독필지는 지구단위계획 지침에 의해 담장 설치 또한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도심 단독주택이든, 전원주택이든 이러한 이유 때문에 결과적으로 프라이버시를 갖춘 마당을 만들기란 쉽지 않다. 건축가의 전문성 문제가 아닌 제도적, 환경적 문제인 것이다.
프라이버시를 확보하지 못한 마당, 제 기능 발휘 어려움
이러한 요인들로 인해 도심 주택 마당이든, 전원주택의 마당이든 마당의 프라이버시 확보가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며, 이로 인해 쓸모없는 마당, 사용성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마당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집짓기 전 생각했던 마당에서 다양한 행위들은 생각과 다르다는 것을 입주 후 깨닫게되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

바보야, 문제는 '프라이버시'야!

— It's the privacy, stupied!
단독 주택에 대한 여러가지 로망이 있겠지만, 가장 큰 욕구 중 하나는 '프라이버시'이다.
단독 주택에서 프라이버시 문제는 오롯이 나만을 위해 커스터마이징된 집이란 의미이며, 마당, 적벽돌, 2층 집이란 키워드는 사실 부수적인 표상일 뿐이다.
단독 주택 문화가 아직 성숙하지 못했기 때문에, 사실 주택에서 발생되는 구체적인 삶에 대해 대부분 간과하는 부분들 중 하나 아파트와 다른 삶의 양식이란 관점이다.
집 짓기에서 건축 설계가 중요한 이유, ‘타인의 삶과 일상에 대한 텍스트를 장소와 공간이란 캔버스로 번역하는 일이기 때문
건축주, 건축주 모두 이해해야할 점은 집짓기는 타인의 삶과 일상에 대한 이해를 전제해야 한다는 점이다.
설령 건축주가 마당, 적벽돌, 2층 집 등을 요구한다고 해서 그대로 마당, 적벽돌, 2층 집으로 설계하는 것은 건축가의 전문성은 아닐 것이다.
삶과 일상에 대한 구체적인 문제점, 이슈, 리스크 등을 충분히 소통하고 리딩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소통과 리딩을 통해 타인의 삶과 일상을 해석, 번역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해석과 번역의 문제가 결국, 건축 설계, 디자인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건축 설계, 타인의 삶과 일상을 이해하는 것

— 그리고... 도시와 사회, 문화를 해석하는 것.
많은 사람들이 집 짓기에서 건축 설계가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설계의 무엇이 중요하다는 것인지 하는 문제는 다소 모호한 점이 없지 않다.
예쁜 형태나 공간을 만드는 것, 도면을 잘 그리는 것 ... 등과 행위도 중요하지만, 주택 설계 본연의 가치는 삶과 일상에 대한 흔적을 기억하고 장소와 공간이란 관점에서 타인의 삶과 일상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마당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마당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타인의 삶과 일상을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의미이다.
이해와 해석을 통해 마당이 될 수 있고, 중정이 될 수 있으며, 정원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마당, 중정, 정원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삶과 일상에 대한 이해와 해석을 통한 판단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또한, 타인의 삶과 일상을 이해하고 집이 지어질 장소와 공간, 도시와 사회, 문화에 대한 해석이 중요하다.

꼭 마당일 필요는 없습니다.

— 마당이든, 중정이든, 정원이든.. 등은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집 짓기를 준비하면서 집과 관련된 버킷 리스트를 정리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다만, 이러한 희망 사항, 요구사항은 건축 설계 단계에서 해당 내용에 대해 건축가와 충분히 의논하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한 프로세스이다.
마당이란 버킷 리스트가 있다고 하더라도, 마당은 꼭 마당일 필요는 없다.
전형적인 생각에 대한 본연의 가치에 대해 함께 고민, 숙고하는 시간이 중요할 것이며, 그 과정에서 논의된 결과를 통해 하나하나 판단해 가는 과저이 중요하다.
장소와 공간이 달라지면 삶과 일상이 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