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기획 및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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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폭염, ‘건축 솔루션’은 이미 있다

기후변화, 폭염은 재해

폭염(heat wave)은 단순한 더위가 아닌 매우 심한 더위, 맹렬한 더위 등으로 백과사전은 설명하고 있다.
원인에 대해 지구온난화, 대기 흐름으로 인한 일반적 현상이라는 입장이 각각 상충하고 있지만, 이유와 무관하게 정부는 2018년부터 자연재해라고 규정하고 그에 상응하는 대응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폭염의 문제를 여름 한철 어쩔 수 없이 감내해야 할 일반적 현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다분하며 재해라고 인식하고 있는 사람은 드문듯 하다.
어찌 되었든 분명한 점은 과거와 현격히 다른 여름철 기후 변화라는 현실과 마주하고 있다는 사실이며, 폭염이 재해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뉴스 검색을 통해 어렵지 않게 확인해 볼 수 있다.
스크랩/기후변화, 폭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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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이 재난으로 규정 받는다고 해서 여름철 폭염의 문제를 어쩔 수 없는 자연재난적 관점으로 인식하는 것은 올바르지 못한 인식이다.
야외활동을 자체하고 실내에 머물라는 권유를 받고 있지만, 실내 환경 역시 폭염의 문제를 피해할 수 없는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다.
간헐적 단식의 창시자 마이클 모슬리는 휴가지 그리스에서 열사병으로 사망했다.

재난 극복, 건축적 범주와 행위 대상

여름 폭염으로 인해 커튼월 마감 고층 아파트의 실내 온도는 40도에 육박하기도 한다.
이러한 유형의 건물은 일반적으로 중앙냉방 시스템을 활용하기 때문에 별도의 실외기를 설치할 공간이 없거나, 수백만 원에 달하는 추가 배관공사비 문제 등으로 인해 개별 에어컨 설치가 불가능하다.
전력 소모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잘못된 냉방부하 산정으로 인해 쾌적성은 고사하고 기본적인 거주성조차 확보하기 힘든 사례이다.
또한, 고양시 지식산업센터 건물에서는 내부 온도가 70도까지 치솟자, 스프링클러가 작동해 일부 임차인에게 수억 원 상당의 재산 피해가 발생한 사례도 있다.
비슷한 문제는 신축 단독주택, 다가구, 다세대 주택 등에서도 어렵지 않게 흔히 발견된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거나 병을 극복, 치유하고자 한다면 정확한 진단과 효과적인 의료 행위는 필수적일 것이다. 이러한 사례들의 원인을 단순히 폭염이라는 재해로 규정하는 것은 일종의 오진이며, 오진은 결국 의료 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재해라는 관점에서 폭염에 대한 각종 정책, 지원 등이 실행되고 있지만 사실상 궁극적 해결책과 다소 무관한 임시처방에 불과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쉽게 말해 암 환자에게 소독약과 반창고 처방을 내리는 것과 유사한 셈이다.
폭염이란 재난을 극복하는 방법은 건축적 범주에서 건축적 솔루션을 통해 찾아야 그나마 실효성 있는 접근이 가능하다.
로마 건축가 비트루비우스는 구조, 기능, 미의 문제를 건축의 3요소로 정의한 바 있고, 건축의 쉘터적 요소는 인간 삶의 기본적인 생존 조건이며 보편적인 기능의 문제이다.
건축가 알레한드로 아라베나(Alejandro Gastón Aravena Mori)는 지진과 쓰나미 피해 지역, 슬럼가와 저소득층을 위한 프로젝트 등 건축의 사회 참여 가치와 실천 공로를 인정받아 2016년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것 역시 유사한 맥락이라 할 수 있다.
기후 변화와 에너지, 환경 문제 역시 일종의 재난이자 재해이다.
RE100을 성경 말씀처럼 받들어 섬기며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사도행전화 하는 것만으로 환경의 역습을 극복할 수 없다.
제로에너지건축물, 녹색건축인증 등의 제도적 장치가 시행 중이며 환경 문제에 있어 건축적 경전을 자임하고 있지만, 실상은 폭염과 같은 재난 문제를 실효성 있게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이다.
환경적 재난과 재해의 문제를 원론적 선언과 개념적 실천 방안 몇 가지로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착각이 아닐 수 없으며 심각한 오진이 아닐 수 없다.
환경 문제는 수많은 구체적인 실천 행위들이 전 인류적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을 때 비로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건축 물리학, 패시브 하우스의 성과

에너지, 환경 문제의 엄중함에 대한 국내의 인식은 안일함 그 자체이다.
개인적으로 다분히 기술 편향성이 강한 소위 패시브 호위무사들에게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현대 건축공학의 한 분야인 건축 물리학, 패시브 건축의 성과에 대해서는 존중의 입장을 가지고 있다.
이유인즉슨, 건축 분야에서 에너지, 환경 문제는 결국, 건축물에 작용하는 물리학적 체계를 총체적으로 해석하지 않고서는 정확한 진단과 솔루션을 마련할 수 없기 때문이다.
폭염의 문제뿐 아니라 건축물에 발생하는 수많은 하자, 부실시공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해결책은 건축 물리학적 체계성을 통해 판단될 수밖에 없다.
특이한 점은 이러한 재난 앞에 국내 건축계는 이상하리만큼 관심을 찾아볼 수가 없다는 점이다.
적지 않은 건축가들은 건축 물리학, 패시브 하우스라는 내용을 언급하면 부들부들 떨며 경기를 일으키는 수준이다.
가장 큰 이유는 소위 ‘디자인을 할 수 없다’는 의미로 귀결된다. 쉽게 말해 건축 물리학, 패시브 하우스의 기준으로 건축 예술 작품을 만들 수 없다는 뜻이다.
더불어 건축가는 예술가이기 때문에 공학적 판단은 엔지니어가 하는 것이며, 에너지, 환경 문제는 건축가들의 몫이 아니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한마디로 세상 물정 모르는 지극히 후진적인 생각이 아닐 수 없다.
덕분에 수십년째 비가 오면 물이 새고, 겨울 추위와 여름 무더위가 혹한과 폭염이 되어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지만, 달나라 건축가인양 아무런 대책조차 세울수 없는 묵언수행과 침묵을 건축의 진리로 알고 있다. 기원전 건축가인 비트루비우스도 알고 있었던 건축의 가장 근원적인 쉘터적 기능을 부인하고 있는 꼴이다.
분명한 점은 폭우, 혹한, 폭염 등과 환경적 재난으로부터 쾌적성과 건강함을 확보할 수 있는 건축물의 기술력은 이미 확보하고 있다.
재난 대응력은 건축이 갖추어야할 기본적인 요건이자 최소한의 기능이다.